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청년들은 왜 정치를 혐오하게 되었을까?

by cross-societal things 2025. 5. 18.
반응형

정치 불신, 정치 냉소, 그리고 '대표되지 않는 느낌'은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다.실제로 청년 세대는 반복되는 배신과 불공정 속에서 기대를 철회했고, 정치로부터 자신을 철저히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청년 정치 신뢰도, 그 붕괴의 원인과 배경, 회복의 가능성까지 이번 글에서 깊이 있게 살펴본다.

 

청년들은 왜 정치를 혐오하게 되었을까?
청년들은 왜 정치를 혐오하게 되었을까?

 

청년 정치 불신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청년들의 정치 혐오 정서는 단순히 특정 인물이나 정당에 대한 반감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누적된 실망감과 배신감의 결과다. 특히 경제적 불안정과 겹쳐지며 청년 세대가 정치에 대해 갖는 감정은 점점 체념으로 바뀌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등장하는 화려한 청년 공약들 – 청년 주거 지원, 청년수당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은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유야무야되거나 실질적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기대가 무너질수록 신뢰도 함께 붕괴된다.

 

예를 들어, 2020년 총선 당시 주요 정당들은 청년층을 위한 주거 정책 강화를 약속했지만, 2년 후 발표된 청년 주거 만족도 조사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정부 주도 청년 임대주택의 입주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공급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청년기본소득처럼 새로운 복지 실험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예산 한계와 정치적 반대에 가로막혀 제대로 도입된 사례는 거의 없다.

 

정치 시스템 내부에 청년의 자리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2024년 기준, 국회의원 300명 중 30세 이하 의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 청년을 대변한다는 인물도 다수는 40대 중반 이상으로 청년의 언어와 현실을 체감하기 어렵다. 청년의 일자리, 주거, 학자금 대출 문제는 매번 의제화되지만, 실제 법안이나 예산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청년들의 현실은 정치 시스템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 반복적으로 터지는 정치인의 부정부패, 권력형 비리, 성 비위 사건 등은 정치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한두 명의 잘못이 전체 정치판의 도덕적 붕괴처럼 느껴지고, 이런 인식은 정치 자체를 더럽고 피하고 싶은 것으로 만들게 된다. 청년들은 이런 현실에서 정치란 고치기 힘든 영역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정치는 ‘변화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신뢰의 붕괴는 단순한 체념을 넘어, 사회 전반에 대한 기대 자체를 앗아간다. 청년들은 정치뿐만 아니라 공공 제도 전반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되고, 그 결과 공동체와의 유대감마저 약화된다. 정치가 개인 삶의 개선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청년들이 정치적 무력감에 빠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귀결이다. 결국, 정치를 혐오하게 된다는 것은 단지 정치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반영하지 않는 구조 전체를 부정하게 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년 정치 혐오의 심화

정치에 대한 청년의 실망감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며 강도 높게 증폭된다. 디시인사이드, 블라인드,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등에서 공유되는 짧은 영상과 밈은 정치인을 조롱하거나 풍자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웃음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정치에 대한 신뢰를 더욱 낮추는 역할을 한다.

 

청년층이 자주 접속하는 커뮤니티에는 "누가 돼도 똑같다", "기대할수록 실망만 남는다"는 식의 정치 혐오 발언이 일상처럼 오간다. 일부 유튜브 채널은 특정 정치 성향을 띄며 자극적인 편집과 분노 유발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알고리즘은 이런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시키고, 청년들은 이를 반복해서 접하며 정치를 조롱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정치는 더 이상 참여와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용 소비재로 전락한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청년들 사이에서 꺼리는 일이 되었다는 점이다. 실제 직장이나 대학 커뮤니티에서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 "너 정치색 있어?"라며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다.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낙인처럼 작용하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은 입을 닫는다. 이 침묵은 더 큰 정치적 무관심으로 연결된다.

 

또한 현실의 답답함을 날것 그대로 표현하는 청년 정치 콘텐츠가 적다는 것도 문제다. 정치와 무관하지 않은 수많은 일상 문제들이 청년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만, 이 문제들을 정치 담론으로 연결시켜주는 미디어는 여전히 드물다. 결국, 정치에 대한 분노는 허공에 흩어지고, 구조적 비판보다는 피로감만 남는다. 그 피로는 다시 무관심과 냉소로 이어진다.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혐오의 확산은 단순한 분위기 전환이 아니라 청년들의 실제 정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정책 토론이 활발하던 커뮤니티에서도 최근에는 정치 관련 게시물이 아예 금기시되거나 삭제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는 집단적인 정치 회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점차 사회 전반에 정치 무관심이라는 감정이 내면화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소통은 필수적인데, 이 기능이 마비되는 순간 우리는 시민성을 상실한 공동체로 퇴보하게 된다.

 

정치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 조건

청년 정치 혐오를 넘어서기 위한 첫걸음은 구조의 변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청년들이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 생산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청년 정치인 양성 시스템을 보다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단순한 단기 인턴십이나 교육이 아니라, 지방의회, 시민단체, 정책연구소 등 다양한 경로로 정치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독일과 핀란드는 10대 후반부터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 의회를 운영하며, 이 경험이 성인 정치로 이어지는 통로 역할을 한다. 한국도 이런 제도를 참고해 청년 의회나 시민 참여형 예산 편성 워크숍 등 직접 참여 플랫폼을 늘려야 한다. 정치에 몸을 담아보지 않으면, 정치는 항상 '남의 일'로 남게 된다.

 

또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방식 역시 변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정책 설명은 문서 중심이며, 전문 용어가 남발된다. 이는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한다. 영상 콘텐츠, 카드뉴스, 인스타그램 Q&A 등 시각 중심 콘텐츠와 참여형 소통 방식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2022년 서울시의 청년정책 유튜브 채널은 청년 참여도 측면에서 높은 효과를 보였다.

 

무엇보다 정치적 행동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경험을 청년들이 체감해야 한다. 작은 제안이 정책이 되고, 피드백이 반영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청년들은 다시 정치와 눈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혐오와 무관심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선, '내가 변화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와 함께, 청년을 단순히 '투표 대상'으로 소비하는 기존 정당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청년은 선거철에만 호출되는 손님이 아니라, 정치의 주체로서 매일매일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정당은 청년 전담 부서를 독립적으로 설치하고, 청년 정치 컨설팅과 피드백을 정기적으로 반영하는 내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상징이 아닌, 실제 권한이 부여되는 청년 기구가 만들어져야 청년층은 진정성 있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결국 청년 세대가 다시 정치를 신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단지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구조를 바꾸고, 소통을 혁신하고, 참여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정치가 변해야 청년도 달라진다. 이 거대한 전환의 열쇠는 이제,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반응형